[전문기자칼럼] 오사카 '바보 사장' 김대선

입력 2016-01-14 17:42   수정 2016-01-15 05:17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 김낙훈 기자 ] 일본 오사카 중심 우메다역에서 남동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마쓰다’. 종업원 50명의 금형부품가공업체다. 이 회사 김대선 사장(69·일본 이름 마쓰다 다이젠) 별명은 ‘바보 사장’이다. 동종 업계 기업인들이 붙여줬다. ‘1000엔짜리 단 한 개라도 수주한 뒤 정성껏 가공해 납품’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다. ‘도대체 부품 한 개를 깎으면 뭐가 남느냐’며 비웃는 것이다. 부품 가격은 비싼 것은 30만엔에 이르지만 단돈 100엔짜리도 있다.

43년째 사장을 하면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는데도 여전히 작업복 차림이다. 지난달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쇠를 깎느라 조금 늦게 회의실에 나타났다. 이 회사는 사장실이 없다. 공동회의실만 있을 뿐이다. 이런 것들이 바보 사장의 ‘명성’을 높여주고 있다.

1000엔짜리 금형에도 정성

이 회사 생산품은 초경금속을 가공한 펀치 등 프레스금형부품이다. 김 사장은 “다섯 개 이하 소량주문이 전체 수주 건수의 95%에 이른다”고 말했다. ‘수주 후 이틀 이내 납품’이 원칙이지만 狗?만에 공급하는 것도 있다. 아무리 단납기라도 ‘사흘 이내’를 원칙으로 삼는 다른 회사와는 차별화된다.

이런 경영 스타일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헤이세이(平成) 불황’ 이후 문을 닫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1994년 일본 중소기업은 약 530만개였지만 2012년에는 385만개로 27.3%나 줄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주문이 몰려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옆에 있는 땅을 사서 새 공장을 짓고 있다”며 “은행 빚 없이 자체 자금으로 약 3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부채가 없을 뿐 아니라 이익률이 30%에 이른다”며 “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도 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발주 기업들이 마쓰다를 찾는 것은 ‘소량, 단납기, 정밀가공’이라는 3박자를 갖췄기 때문이다. 샘플 한 개를 급히 제작해야 하는 대기업으로선 고마운 존재다. 굴지의 대기업 100여개가 단골이 됐다. 이 회사의 정밀도는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인 10㎛(마이크로미터)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1㎛로 더욱 높일 계획이다.

틈새시장 개척…불황 극복 첩경

이런 전략은 재일동포로서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부모는 경남 남해 출생이다.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왔고 김 사장은 이곳에서 태어났다. 1960년 형이 창업한 회사에서 1973년 사장이 됐다. 경영은 녹록지 않았다.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극소량 단납기 주문소화’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경기 침체로 울상인 국내 기업인들이 많다. 새해 들어서도 앞이 안 보인다고 羈岵?쉰다. 하지만 경영 환경이 열악해도 길은 있는 법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중국 내수 시장과 한류 열풍이 이는 동남아로 눈을 돌리거나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동안 유니클로 토요코인 등 스타 기업이 줄줄이 떠오르지 않았는가. 국내에서도 엔피씨 헬리녹스 아프로R&D 등 성장세를 타는 중소기업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남이 생각지 못한 틈새시장을 개척한 것이다.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땐 ‘바보 사장’의 지혜를 떠올리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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